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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irfax/안희용 2009.07.07 00:01 조회 수 : 3160 추천:3

원래는 토요일 오전진료 마치고 명성산엘 갈려고 했다.

헌데 급 망설임이다.

명성산에 올랐다 내려오면 저녁 8시!

고등학교 동창회에 가면 또 술한잔 걸치고------

내일 출사인데 힘들겠지?

 

한수이북 대전고등학교 동창회 1박2일 모임이

산정호수 한림각에서 있었다.

운천 성심외과 원장님이 호스트가 되어 하는 모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생화에 미친 나는 살짝 못된 짓을 한다. 

급한일이 있어 참석할 수 없다고 문자 띠리릭 날린다.

 

오전 진료 끝나고

바로 왕징면 무등리로 내달린다.

지금부터 20년전 처음 공중보건의 생활을 했던 곳인데

문득 그곳을 가고파져서이다.

 

그 당시 비포장도로에

민통선 안쪽 마을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대식 건물에 주민자치센터로 바뀌어 있었다.

2층엔 헬쓰센터도 있고-----

내가 근무할때엔 비도 새고 환자도 없어서

주민계몽을 위해 슬라이드 강의 자료를 가지고 마을을 돌았던 그곳인데.

오직 변함없는건 면사무소 옆을 흐르는 임진강 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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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사무소 옆엔 아주 오래된 냉면집이 있다.

황해냉면이라는 아주 오래된 식당이다.

아마 40년은 되었다고 알고있다.

20년전 까랑까랑한 아저씨가 손수 메밀을 말리고 쪄서

냉면 면빨을 빼고 삶아 내었던 집이다.

 

그집에 가고싶다.

아저씨, 아주머니 모두 내환자이다.

이젠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총기를 많이 잃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딸고 사위가 가업을 이어 계속하고 있는데

지금도 날이 좋은 날엔 번호표 받고 기다릴 정도이다.

그날은 오전에 비가 오락가락하여 손님이 적었다.

 

아직도 몇년전 내 소화능력만을 생각하고 곱배기를 시킨다.

잘 알진 못하지만 평양식 냉면이리라.

하지만 동두천 평남면옥과는 육수가 좀은 차이나는듯하다.

좀 걸쭉하고 텁텁한 느낌이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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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을 시켜놓고 사진을 찍는데

옆테이블 손님들이 카메라 얘기를 하신다.

언뜻 봐선 그중 한명이 내 환자인듯-----

자연스레 카메라에 대해서 얘기하고

야생화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근처에 야생화 박사가 있단다.

 

20여년을 야생화를 수집하여 정원을 꾸미고

사진도 잘 찍으신단다-----

갑자기 호기심에 일정을 바꾸게 되었다.

원래는 연천 습지생태공원을 들러 노랑어리연꽃을 비롯해

습지생물을 찍고 연천군 농촌지도소 야생화 식재지에서 꽃구경을 하고

재인폭포에 가려 했었다.

 

알려준 길을 따라 쉽게 그집을 찾을 수 있었다.

들은대로 정말 예쁘게 꾸며놓았다.

그리고 심어 놓은 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등심붓꽃, 타래난초, 바위취, 종덩굴-------

헤아릴수 없이 많은 꽃이 있었다.

아연실색 희귀식물인 깽깽이풀이 그득하다.

 

우리네 야생화 동호회와는 딴길을 가는 분들이었다.

있는 그자리에 있는 그대로의 꽃에서 아름다운을 느끼는 우리네와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이 그대로 든다.

좀은 씁쓸했지만 무궁화종덩굴을 비롯해 등심붓꽃등

몇종류를 카메라에 담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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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군남면 옥계리 로하스파크로 돌린다.

연천군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로하스운동의 일환으로 만든 공원에 생태습지공원이 있다.

로하스, 영어로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인간과 환경의 공존과 번영을 추구한다나------

별스런 정책이다.

해마다 인구는 줄어 전국에서 최저의 자립도를 보이는 군에서

환경을 지킴이 무슨??????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이곳에서 노랑어리연꽃을 담으려고 가슴까지 오는 장화를 샀느데

애석하게도 벌써 져버려서 쓰질 못하고 그대로 트렁크에 모신다.

대신 용머리, 노루오줌, 꼬리풀등을 담았고

원예종인 리아트리스도 눈맞춤을 해 보았다.

 

이래저래 씁쓸한 출사이었다.

결국은 항상 가는 그집에 야생화관련 책하나 들고

술한잔 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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