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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석/김낙호 2009.07.27 07:32 조회 수 : 3351 추천:3

       
       
      얼마만에 지어보는 쌀밥이었습니까
       
      검으스름한 보리쌀에  반 만큼 섞어 넣은 쌀밥 일지라도.
       
      맛있게 잡수시는 시부모님의 흐믓한 얼굴을 떠올리며
       
      뜸이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아버님 생신상에 맛난 진지를 올려 드리고 싶었지요.
       
       
       
      제가 미워서 그리 심하게 꾸중하신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아랫 뜸 주막에 반반한 얼굴의 주모가 새로 왔고
       
      간밤 거나하게 취하여 들어오신 아버님 
       
      새로 온 주모 이야기를 꺼내신 건 실수이셨어요.
       
      부처님도 시앗을 보면 돌아 앉는다지 않습니까
       
      어머님의 불편한 심기가 제게로 불똥이 튄 것 이지요.
       
       
       
      제가 아둔했습니다.
       
      역정을 내실 때 살그머니 자리를 피했으면 되었을 것을
       
      미련 곰탱이처럼 어머님이 엄포로 휘젖는 주걱을 피하지도 못하다니요.
       
      맞지는 않았습니다.
       
      한 차례 살짝 얼굴을 스친 것 뿐인데요.
       
       
       
      그 일 때문에 앓게 된 것이 아니라는 걸 어머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어머님은 당신 때문에 내가 앓아 눕게되었다고
       
      마실 온 이웃사람들에게 눈물을 보이고는 하셨지요.
       
      지병인 가슴애피가 도진 것인데도
       
      젊은 아이가 몹쓸 병에 걸린게 소문이라도 날까봐 그러셨지요.
       
       
       
      열 일곱;어린 나이의 철부지 며느리를  
       
      당신의 딸인 양 어여삐 여겨주신지도 어언 석삼년
       
      장에 갔다 오실 때는 빼놓지 않고
       
      떡이며 엿을 사다 살며시 내 손에 쥐어 주시던 어머님이 
       
      밥 지을 때 뜸을 보느라 입에 물린 밥풀 몇 알 때문에
       
      역정을 내실 분이 아니시지요.
       
       
       
      어머님 죄송합니다.
       
      오래 오래 어머님 모시며 베풀어주신 은혜에 보답해도 모자란 것을
       
      나이도 어린 것이 어머님 가슴에 못을 박다니요.
       
      게다가 몹쓸 누명까지 씌워드린 꼴이 되어 버리다니요.
       
      속도 모르는 동네 여편네들
       
      뜸보는 밥풀이 아까워서 주걱으로 때려 며느리가 죽었노라고.
       
      억울한 며느리는 꽃이되어
       
      붉은 입술에 밥알 물고 피어나는 것이라고.
       
       
      죽어서도 어머님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행여 제 무덤을 찾아오시는 어머님의 모습을 
       
      먼 발치로라도 뵐 수 있을까
       
      곱게 단장하고 나서보지만 
       
      튀쳐나온 뻐덩니는 감출 수가 없네요.
       
       
       
                    0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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