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출사때의 일입니다.
야산 입구에서 망태버섯을 담고 있는데
중년의 진사분이 늦으막에 올라오시며
"좋은 모델 있읍니까?" 하고 물어오십니다.
"좀 늦으셨네요. 어세오세요"하고 인사 드렸더니
산길을 그냥 쭉 올라가셨습니다.
좀 있다가 다시 내려오셔서 뭐가 화가 나셨는지
"인사를 건넸으면 반응이라도 해야지.
지들끼리 쭉 둘러서서 들어갈 틈도 주질 않고 찍고 있더라고.
있는 것 없는것 다 끌어다 연출해 놓고서 말야."
"몇송이나 되는데요?"
"열대여섯송이 되는가 본데 자식들 옮겨 심고 연출한거드라고"
저도 갑자기 심기가 불편해지더라고요.
올라가 보았읍니다.
정말 많은수의 노랑망태버섯을 앞에두고 여러진사분들이 진을 치고 있었읍니다.
자기들 나름대로 금줄(포토라인)을 긋고 다른사람들의 접근을 불허하고 있었읍니다.
잠깐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양보받아 몇컷 찍으려 했더니 막 화를 냅니다.
자기들 인터벌 촬영중이니 빨리 찍고 나오라는 것입니다.
기껏 세장 찍었는데----
그 수많은 인터벌 촬영중에 내가 방해가 된것이 몇장이나 된다고
참 어이가 없더군요.
좀 있으니까 한분이 말을 합니다.
저 그말 듣고 돌아버리는 줄 알았읍니다.
" 자 이제 몇송이 뽑겠읍니다. 괜찮죠?"
"그건 뽑지마! 안 핀것도 몇개 있어야지."
"에고 머리 부러졌잖아! 다시 잘 올려 놔."
"그래 그것도 뽑아 버려. 됐어 그만."
같은 일행들과 노랑망태버섯 군락을 정리하더군요.
멀리 옆에 있던 아까 그 진사분이 화가나서 중얼거리십니다.
"그렇게 옮겨 심어놓으니 피질 않지!"
그랬나 봅니다.
몇송이 옮겨심고 군락을 만들어 연출샷을 하고 있었나봅니다.
또 한마디 하더군요.
"어차피 이제 죽을건데 뽑는다고 되게 궁시렁대네."
그렇습니다.
하루살이 버섯이니 좀 있으면 사그러들어 죽을건데
미리 뽑아 없앤다고 무슨 대수냐 이거죠.
참 어이없었읍니다.
자연을 어느누구보다도 사랑하여
카메라에 담고파서 오신분들일텐데
오히려 자연을 휘손하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그리고 뭐 자연의 신비를 담아왔다고 싸이트에 올리겠지요.
있는 그자리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자연의 상태에서 가공되지 않는 모습으로 있을때 가장 값진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할때 가장 아름답게 반겨줍니다.
- 이글을 쓰면서 괜시리 남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나 않나 걱정됩니다.
자연을 아끼고자 하는 마음에 넋두리 했다 여겨주시고 너그럽게 받아 주시길 바랍니다.-
- 저도 좋은 사진을 위해 주변을 정리 하기도 하지만
모싸이트 사람들이 연출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화가 나서
그 싸이트에 실은 글을 그대로 옮겨 보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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