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대승마]
이른 가을의 화악산
글 : 야물다
청순한 모습의 까실쑥부쟁이,
단아한 미소를 담은 구절초,
깍까머리 악동같은 수리취,
터벅머리 총각같은 고려엉겅퀴,
새악시의 수즙음을 담은 각시취,
어둔 숲을 밝히는 금강초롱,
성냥개비 머리핀 꽂은 바위떡풀,
나들이 나온 오리가족 흰진범,
화악산 지키는 전사같은 투구꽃,
산 비탈에 닻을 내린 닻꽃,
깊은 하늘빛을 담은 칼잎용담,
가을 타는 남자의 마음같은 산여뀌.
여름내내 피어내던 큰세잎쥐손이,
동자꽃, 물봉선, 참취, 미역취, 단풍취,
궁궁이, 노루오줌, 눈개승마, 쥐털이슬,
조밥나물, 두메꼬들빼기, 마주송이풀 등등
그리고.....
화악산 산신령이
산을 드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켜 놓은 쌍촛불 같은 촛대승마.
이들은 고도가 높은 화악산의 가을이
짧음을 아는 탓인지?
일제히 앞을 다투어 피어내고 있었다.
성질 급한 녀석들은 추색을 드러내고...
화악산은 가을을 향하여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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