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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2009.08.27 11:14 조회 수 : 4797 추천:5

숲속은 온통 짙은 안개로 뒤덮여 내려앉아 있습니다

한폭의 동양화 중 수묵화 속으로 들어갑니다.. 운 좋으면 평생 잊지못할 기억 하나를 만날지도 모릅니다

 

보석들을 단 풀숲사이 하얀실로 레이스짜기를 끝낸 왕거미가 보입니다

소용돌이 한가운데 으시시~ 한 모습으로 먹이사냥을 기다립니다

왕거미.jpg

 

찰나 아침 산행을 나선 사마귀가 날개짓을 해본다며 푸드덕~!! 순간 방향선택을 잘못하여 올가미에 걸렸습니다

어떤 난관도 가늠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내 체념하며 험난하고 눈물나는 사투를 생각합니다.. 식구들 생각도 나고.. 앞길이 구만리입니다.. 휴~

생각도 잠시..

레이스의 기운이 느껴지자 왕거미가 내려옵니다

왕거미1.jpg

 

살짝 둘의 탐색전이 끝나자 바로 전쟁터가 됩니다

누가 이길까요? 한쪽이 죽어야만 끝나는 파멸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맘속으로는 거미가 이기기를 바라면서요..)

왕거미2.jpg

 

격렬한 싸움에 셔터를 누릅니다(제가 간이 크죠? O형이라 그런가?..^^)

거미는 꽁무니의 실로 사마귀를 공격하고, 사마귀는 날카로운 이빨로 거미의 다리를 자릅니다

잘려나간 거미의 다리에서는 말간 액체가 나옵니다

왕거미3.jpg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며 필사적으로 사투를 벌입니다

거미는 꽁무니 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마귀의 공격에 정신을 못차립니다

왕거미4.jpg

 

깨지고 잘려나가고...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피가 한방울씩 타들어갑니다

왕거미6.jpg

 

사마귀의 승리가 예상 될 즈음 거미가 거미줄을 떼어내고 밑으로 떨어집니다

왕거미5.jpg

 

사마귀는 승리에 젖었지만, 잠시.. 거미줄에 걸린 목숨이니 옴짝달싹을 못합니다

긴 싸움에 온몸이 망신창이, 기운이 빠져있으니까요

결국은 거미가 살아 남겠죠? 감래해야 할 고통은 너무도 크겠지만요..

왕거미7.jpg

 

숲속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고요합니다.. 숨죽이며 숨어있던 햇살이 간간이 얼굴을 내밉니다

 

일상 속으로 돌아갑니다.. 여름의 끝자락 가슴 시리고, 충격적인 기억이 자리합니다

나무 사이의 여백을 따라 내려 옵니다.. 홀로 인 듯 한없는 자유가 따라옵니다

나무잎처럼 스스로를 고집하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에 자신을 맡긴 체 언제나 의연한 나무.. 그 빈마음이 바로 내가 돌아갈 자리가 아닐까..

생각에 잠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