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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석/김낙호 2009.11.30 11:59 조회 수 : 2714

놀멍 걸으멍

 

올레길 7코스는 제주도 대표적 관광지 외돌개에서부터 시작된다.

100만년 전 화산폭발로 생겨났다는 기둥모양의 바위섬이 바다 한 복판에 외로이 솟아

외돌개(呱立岩)라는 이름을 얻었나보다.

시즌이 아님에도 관광버스에서 우루루 쏟아지는 울긋불긋 차림의 관광객으로 붐빈다.

제주도의 관광지는 어느 곳이나 어김없이 매표소가 있는데 여기도 2천원의 입장료가

있어 잠시 눈쌀을 찌프리게 했지만 잘 가꾸어진 공원의 모습에서 입장료가 아깝지 않

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저만치 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훌쩍 달아나 버린 가을의 뒷자락을 쫓아 3일전 제주도에

왔건만 예상과는 달리 퍽이나 춥다.

小雪이라는 절기가 낀 탓인지 잔뜩 찌푸린 날씨에 바람마저 매서워 기온만 서울보다 높

을 뿐 체감온도는 영낙없는 겨울이다.

당초 계획한 올레길 걷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행 마지막 날인 오늘 다행히 바람이 멎었기에 여러 올레길 중 해안절경이 끝내준다는

7코스를 걷기로 했다.

올레란 큰 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에 바람막이 용도로 쌓은 돌담을 일컫는 제

주방언으로 이런 돌담이 쌓인 길을 올레길이라 한단다.

나무판자를 깔아 만든 시작길부터 키 큰 열대식물과 동백꽃이 어울린 이색적인 풍경으로

감탄사를 토하게 하더니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들이 자꾸

만 걸음을 멈추게 한다.

함께한 마눌님,경치에 취해 연신 감탄사만 연발할 뿐 도대체 걸음을 옮기질 못한다.

천길 낭떠러지 아래 싯퍼렇게 넘실대는 파도가 머리끝을 쭈삣거리게 하다가도 어느 곳

에 이르면 징검다리 디딤돌을 삼킬듯 발밑을 간지럽히며 출렁인다.

어느새 맑아진 파란 하늘을 이고 솟아있는 한라산의 눈 쌓인 하얀 봉우리가 멀지 않아

보인다.

펼쳐지는 장면 하나 하나가 해외 유명 관광지 어느 곳과 견주어도 아름다움이 돋보이리

라 확신한다.

 

 

 

 

우거진 억새풀 사이의 오솔길이 되기도 하고 노란 산국 활짝피어 菊香이 코끝을 스치는

풀밭길이 되기도 하였다가 파도소리 귀 간지르는 몽돌해안길이 되기도 하는 길 중간 중

간에 올레꾼을 겨냥한 맛집과 멋스러운 민박집들이 들어서 있다.

제주 올레길은 한 코스가 20km 안팍으로 4~6시간 소요되도록 꾸며져 있지만 일이 있으

면 언제든지 중도에 빠져나갈 수 있으니 숨 가쁘게 달려야만 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보행

속도에 전혀 신경쓸 필요없이 펼쳐지는 경관을 즐기면서 놀멍 걸으멍 쉬멍 걸으멍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슴에 더욱 좋다.

물론 제주 올레길 열 여섯 코스가 모두 해안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산골 마을길을 걷기도 하고 높고 낮은 산인 오름을 넘기도 한다.

걷는 이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여 걸으면 되는 올레길 걷기,이번에는 비록 7코스와 4코

스(표선 해안도로)일부만 걸었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다른 코스들도 걷도록 해 봐야겠다.

 

 

 

 

                                                          0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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