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은 새로 나올 시집 이름을
'벌블'이란 말로 짓고, 벌벌 벌블하다 보니
남녘 끝 큰 벌판 하나가 떠올랐다.
벌판은 벌, 벌은 그 벌블의 줄임,
산과 산 사이 작은 마음 에움이여
실개천 에둘음이여,
좁은 벌은 새발그뉘, 새부리뉘
나는 어려서부터 이런 작고 그윽한 이름들이 좋았다.
작은 동네 지나 안골로 가는 큰동네를 싯나라
더러는 미리내 기운 쪽
배롱꽃이 그새 두번째 피었다 지고
밥주걱 같은 북두칠성이 문지방에까지 꽃혀 있었다.
소년은 어느새 자라 조랑말 타고
그 안동네에 장가들고 싶었다
모닥불 앞에서 점둥개와 함께 쭈그리고 앉아
햇고구마를 잘도 굽던 아이,
차르륵 차르륵 밝은 현호색 개똥불을 좇다가
골목길을 벗어나 산등성이에 오르면,
참말, 개불알 같은 그 홍자색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일부러 개불알을 개씹꽃이라 했다가
좀더 철 들어서 오줌꽃, 장가들 무렵엔
요강꽃이라고 불렀다.
나이 점잖은 어른들은 그걸 알고 이냥저냥 오가며
까마귀오줌통꽃이라고 불렀지만
안마을 사람들은 큰기침하며 그 냄새 때문에
진저리, 진줘구, 진자리, 지린내꽃이라고 불렀다.
새마을 사업 한창 땐 복주머니라고 고쳐 부르더니
요새는 너나없이 아이들도 그냥 돈주머니라고 부른다.
<시인 송수권 작>
우연히 시를 감상하다가 이 작품을 발견하였습니다.
복주머니란에 대해 이처럼 잘 표현한 작품이 있나 싶습니다.
복주머니란을 상상하면서 하루를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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