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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향 가연/정진용
하늘 아래 첫 동네 사철 마름 없는 집 앞 여울목은 징검다리 놓아 건너고 개울에 바지 걷고 들어가 큰 돌멩이 들어 올리면 산 가재 놀라 뒤로 헤엄치는 곳
지붕 위 동네 어른들 묵은 이엉 걷어 마당 위로 던지고 새 이엉 개초하여 겉고삿 얽어매어 서둘러 장맛비 대비한다
큰형은 언덕 너머 사래 긴 밭 매러 가고 해거름 녘에야 소 풀 베어 돌아오는 작은형 어깨는 한 짐 가득 꼴 망태에 눌려 발걸음 무겁다
용마루 위 서산 너머 지는 해 뉘엿한데 어머니 저녁밥 짓는 굴뚝 연기는 땅거미에 젖어 추녀 끝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