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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0.09.13 15:50 조회 수 : 2934

 

 

낮 달

                            가연/정진용


비 그친 산길에서

우산 없이 뛰어 왔다는 걸 알았을 때

비로소 숲이 보인다


급한 발길에 차인 돌멩이 몇 개나 될까

개울 건너오며 흐려놓은 물속에서

발자국 찾을 수 없구나


꽃잎 하나 제대로 보지 않고

나무 한 그루 거두지 않은 채

앞장서려고 뛰기만 했던 나


지나쳐 오며 무엇을 보았고

딛고 온 땅은 얼마나 되는지

지금도 여전히 빈손

젖어버린 옷 한 벌 남았다


이제 산그늘에 갇혀 어디로 가나?

해거름에 떠오른 달

나보다 빨리 가려다 산등성이에 걸렸구나



* 월간 한올문학 (2010년 6월호, page 102) 게재 신작시

 

  늦은감이 있지만 플로마에 입성하였으니 이제부터라도 꽃잎 하나 제대로 보고

  나무 한 그루라도 거두기 위해 앞장서려고 뛰지 않고 주위를 잘 살펴서 지혜로운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