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달
가연/정진용
비 그친 산길에서
우산 없이 뛰어 왔다는 걸 알았을 때
비로소 숲이 보인다
급한 발길에 차인 돌멩이 몇 개나 될까
개울 건너오며 흐려놓은 물속에서
발자국 찾을 수 없구나
꽃잎 하나 제대로 보지 않고
나무 한 그루 거두지 않은 채
앞장서려고 뛰기만 했던 나
지나쳐 오며 무엇을 보았고
딛고 온 땅은 얼마나 되는지
지금도 여전히 빈손
젖어버린 옷 한 벌 남았다
이제 산그늘에 갇혀 어디로 가나?
해거름에 떠오른 달
나보다 빨리 가려다 산등성이에 걸렸구나
* 월간 한올문학 (2010년 6월호, page 102) 게재 신작시
늦은감이 있지만 플로마에 입성하였으니 이제부터라도 꽃잎 하나 제대로 보고
나무 한 그루라도 거두기 위해 앞장서려고 뛰지 않고 주위를 잘 살펴서 지혜로운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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