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담장 옆에 맥문동이 몇 알 되지 않는 열매를 달고 있었다.
이 곳은 여름에도 오후 볕만 드는 곳인데
어느 새 열매도 다 떨구고 굿굿하게 버티고 있었다
맥문동을 보는 순간
처절한 삶을 연상시켰다.
저런,저런..
그 잎은 상처투성이..
바람에 찢기고 벌레가 갉아 먹은 흔적들.
사람이라면 벌써 다른곳으로 이사를 갔을테지.
식물은
그 자리 그 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되는 운명
척박한 곳에선 척박한대로 순응하며 이겨내는 인내가 있다.
비록 내가 보기에 측은 한 것이지
맥문동은 더불어 살며 나누어 갖으며 자기 할 일을 굿굿히 했는지 모른다.
벌레에게 팔다리를 뜯겨도 나누는 삶에 길들여 진 맥문동
돈이 억수로 많아 쓰고 남아야 나눔을 갖는다는 사람들의 생각을
식물들은 이해 할 수가 없을 듯하다.
나누면서도 열매를 맺어 후손을 퍼트리는 걸 보면 말이다.
저 잎의 상처는 다 이루어낸 영광에 흔적이 아닐런지...
나는 저들처럼 내 살을, 내 피를 나누어 줄 용기가 없다
댓글 4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결혼합니다. [6] | 학지 | 2024.04.15 | 283 |
514 | 플로마 주력 제작 진행 안내 [4] | 김효 | 2010.11.12 | 4609 |
513 | 저 단풍 다 저불겄소 | 금강석/김낙호 | 2010.11.12 | 3808 |
512 | 서울은 축제중!!! [1] | 김효 | 2010.11.11 | 3840 |
511 | Les Feuilles Mortes - Milva (Autumn Leaves, 고엽) | 은하수/염상근 | 2010.11.10 | 4323 |
510 | 2010 서울 등축제 [4] | 김효 | 2010.11.09 | 3591 |
» | 맥문동 단상 [4] | 은하수/염상근 | 2010.11.06 | 3602 |
508 | 시력은 괜찮으신가요? [8] | 해밀 | 2010.11.04 | 4349 |
507 | 물의 시종(始終) [2] | 가연 | 2010.11.03 | 4043 |
506 | 잊혀진 계절 / 이용 (어제는 바빠서리) [3] | 은하수/염상근 | 2010.11.01 | 9990 |
505 | 국 화 주 담던 날 [4] | 은하수/염상근 | 2010.11.01 | 3939 |
504 | 일본 북알프스 종주산행 - 3 [2] | 돌콩 | 2010.10.29 | 3467 |
503 | 간송미술관 전시 안내 [4] | 김효 | 2010.10.28 | 4294 |
502 | 닉네임 바꿨어요 [4] | 파란하늘 | 2010.10.27 | 4497 |
501 | 삶의 지혜 [1] | 가연 | 2010.10.26 | 4067 |
500 | 주력 추가 주문 안내 [15] | 김효 | 2010.10.25 | 4683 |
499 | 좀바위솔 [1] | 가연 | 2010.10.25 | 4184 |
498 | 그렇게 살라 한다 [1] | 가연 | 2010.10.22 | 3714 |
497 | 일본 북알프스 종주산행 - 2 [3] | 돌콩 | 2010.10.22 | 3435 |
496 | 일본 북알프스 종주산행 - 1 [4] | 돌콩 | 2010.10.20 | 3103 |
495 | 엔돌핀 님 10,000점돌파 축하합니다 [8] | 學知/홍순곤 | 2010.10.20 | 29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