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가슴 태우며 연모하던
도령님 댁에서 보낸 매파가 왔다는 소식에 수줍어 물들여진 열 일곱 살 순이의 얼굴이 이 만큼이나 붉었을까.
뽕주의 향기에 흠뻑 취한 김선달 흥에 겨워 단가 한 자락 읊어대는데 높은 소리를 토할 때 핏줄 선 목덜미가 이 만큼이나 붉었을까
별빛만 초롱한 칠흑처럼 어두운 밤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한 산사의 객방에서 지난 낮 숨조차 멎게하던 내소사의 단풍을 되그리며 뒤척이네.
오래도록 늦가을의 여운을 간직하고픈 마음이나 새벽부터 센 바람 가을추위가 온다는 얄미운 예보가 맞아떨어져 시간이 흐를수록 바람소리는 더욱 거세지네.
바람이 부는것이야 자연의 흐름이라 하드래도 내일이면 온다는 벗님이 도착할 때까지만 된 바람아 제발 불지말아 주오. 벗님도 오기 전에 저 단풍 다 져불겄소. 201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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