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만큼은 아니지만 오늘도 빗방울이 오락가락 합니다.
벌써 두 밤이나 빗속에서 밤을 세웠더니 오솔오솔 추위가 느껴지며 온 몸이 굳어지는 듯 합니다.
비록 작은 집이지만 오남매가 함께 몸을 부비며 지낼 때는 포근하고 좋았는데 하루 하루 지나며 우리들의 몸집이 커지고
힘이 세진 오빠 언니 들이 집을 떠난 후로는 집안에 더욱 냉기가 감도는 것 같습니다.
오 일 전엔가 누군가가 나뭇가지를 휘감고 있던 칡넝쿨을 활짝 걷어버린 후 숲속에 숨겨져 있던 우리집이 완전 노출되
어 버렸고 우리의 모습을 찍으려는 사진쟁이들이 몰려와 진을 치고 있는 게 불안합니다.
오늘 아침 셋째언니가 집을 떠난 후로 엄마 아빠가 집에 들르는 간격도 길어져서 더욱 불안합니다.
"오빠야, 왜 이렇게 엄마 아빠가 안 오는 거야?"
"집 떠난 형님 누나들도 돌보아야 하니까"
한 참만에 오신 아빠께서는 맛있는 애벌래 대신 시금털털한 나무열매를 물고 오셨습니다.
"비가 오니 먹이 구하기가 쉽지 않구나.곧 맛있는 지렁이를 갖다줄께.근처에서 홀로서기연습중인 언니 오빠에게도 먹이
를 갖다주어야 해서 자주 못오니 몸조심 해라"
바로 먹이를 구하러 가야하니 빨리 응아를 하라 재촉하고는 응아덩어리를 물고 급히 나가셨습니다.
요즘처럼 궂은 날씨에도 우리를 먹여 길러주시고 돌보아주시느라 부쩍 여위신 몸매가 비를 맞아 더욱 초췌해진
모습에 코끝이 찡합니다.
'아빠 엄마 고맙습니다.이 은혜 잊지않고 오래오래 간직 할께요'
'아빠 엄마는 잘도 서 있던데 나는 왜 이리 힘든게야?'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굵지않은 나뭇가지 위에서 중심을 잡고 서 있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홀로서기 연습은 잘 되니? 옛다,밥 먹고 하거라"
엄마가 건내주는 맛있는 지렁이를 먹고 나니 힘이 납니다
"엄마. 우리집은 왜 이렇게 가느다란 나뭇줄기위에 지었어요? 흔들 흔들 하는게 위태로워 보여요"
"구렁이란 놈들 때문이란다. 흔들리는 줄기 위는 구렁이가 접근을 못하거든. 대신 집을 지을 때 튼실하게 지어야 돼.
저래 보여도 우리집은 태풍에도 끄떡없어."
"알았어요. 나도 다음에 집 지을 때 그렇게 할께요."
"너무 서둘지말고 천천히 연습하거라. 행여 땅으로 떨어지면 큰 일이니까. 어? 저 짜식이!"
급히 뛰쳐 날아가는 엄마 앞쪽으로 건너편 나뭇가지에서 우리의 동정을 살피던 직박구리가 꽁지빠지게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엄마 화이팅! 나도 얼른 자라 엄마처럼 이쁘고 씩씩한 꾀꼬리가 되어야지'
2011. 6. 24
비가 내리는 어둑컴컴한 날씨에 밝기성능이 떨어지는 70-300mm렌즈로 담았기에 아니 내공부족으로 색감이 형편없슴니다.
600mm를 장착하고 대포처럼 쏘아대는 틈바구니에서 쪽팔려 죽을 뻔 했시유.
그냥 기록사진으로 봐주셔유.
궂은 날씨에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새끼들에게 쉴 틈없이 먹이를 날라다 줄 뿐 아니라 응아덩이 하나까지 물어다 버리는
꾀꼬리의 부정 모정에 감동을 먹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렇게 끄적거려 봅니다.
나는 과연 저 꾀꼬리부부만큼 자식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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