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 번 토요일에 청량사 산사음악회에 간다"
"그래? 거기 가면 새뿔투구꽃 담아오면 좋겠다"
역시 골수 꽃쟁이는 다르다.
심심산골에 자리잡은 청량사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도 하다.
관람하기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부지런히 오르는 인파에 섞여 일주문을 지나 산길을 오르면서도 좌우를 두리번거린다.
빨리 올라야한다는 마눌님의 핀잔을 귓전으로 흘리며 두리번거리든 중 투구꽃 발견.
경사가 심한 산비탈을 기어 올라 옹색한 자세로 셔터를 눌러대니 길가던 이들이 한마디씩 한다.
"위험해요!"
더없이 맑은 가을날씨인데도 깊은 산중이라 3시가 조금 넘었는데 산그늘이 드리워 빛이 없다.
새뿔투구꽃을 제대로 찾았는지 확인하려면 증빙사진이라도 찍어가야지.
철이지나 새들거리는 아이들 사진 두 장을 올리니 확인해 주시구려, 하 선생.
달빛 교교히 흐르는 청량산 골짜기에 울려퍼지는 선율에 취해있다 집에 돌아오니 새벽 3시
어때요, 나 세상 사는 것처럼 사는 거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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