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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염상근 2011.10.11 11:31 조회 수 : 3905 추천:3

비 오는 가을 날
약속이 있어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중
비를 맞아 얼룩이 선명해진 프라타나스를 보면서 어린시절의 기억으로 빠졌다.


내가 지내온 세월이 참 많이도 쌓였네.

초등학교(그때는 소학교라 불렸다)를 다닐즈음 반 아이들의 삼분의 이는 얼굴에 허옇게 버즘이 피여 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먹거리도 풍성하지 못했고 위생적으로도 엉망인 때 였으니까.
지금은 볼 수 없는 관경인 코 흘리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많았던지...
누런코가 윗 입술까지 흘르면 훌쩍 들이 마시는 아이
소매끝으로 흠치는 아이,가지 각색이었다.
아이들의 양 소매끝은 코를 딱은 흔적이 반질반질하게 나 있었으니까.


그래도 운동장에서 골목에서 왁자지껄 떠들며 제기차기,숨바꼭질,줄넘기,공기놀이,말타기로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뛰고 싸우고 웃고 울고 했던 그 때가 참 좋았었다.
영양이 좋지 않아 누런 코를 흘리며 얼굴엔 버즘이 피였었지만 동심의 세계는 지금에 아이들 보다 더 멋지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프라타나스...
우리의 조상들은 버즘나무로 불렀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먹거리가 부족한 때 영양을 따질 겨를이 없으니 얼굴에 핀 버즘을 보면서 그리 불렀나 보다.


지금은 너무 잘먹어 영양과잉에 아동 성인병이 매년 늘어가는 추세에 썩어 버리는 음식물들이라니 상상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 시절 이야기를 아이들(지금은 어른이 되었지만)한테 하면 이해를 못한다
아들 왈
"어머니 거짓말도 적당히 하세요 그거 습관됩니다"한다.
저희 엄마의 빰에 턱에 입 주위에 있던 버즘들...
코를 흘리던 엄마는 상상이 안돼니 거짓이란 단어를 들먹이는 아들이 6.25의 참상을 이해나 할런지.


좌익이라고 떠드는 정치인들이 많지만 과연 그 들이 춥고 배고프고 손등이 터진 엄마,아빠를 이해나 하는지 모르겠다
더운 물 한 바가지로 세수하고 발 씼던 그 시절을...
진상을 따지기 전에 무조건 인민재판으로 총살하던 동족상잔의 비극을 안다면 이럴 수는 없다
김정일의 통치가 좋으면 그 쪽으로 가면 될 것이 아닌가..

 

나는 전업주부로 늙어 왔지만 UN군에겐 정말 고맙다
이들이 참전을 안해 주었다면 지금은 어땠을까.. 생각도 하기 싫다
반미라고 외치는 사람들 이해는 한다
미국이 약소국가에 콩알 만큼 대 주고 이익을 챙긴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콩알도 신세를 진 건 사실이고 그 덕으로 기틀을 마련하여 작금의 대한민국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가 급진적으로 발전한 것도 폐쇠적인 국가에서 대외의 문물을 접하게 된 것이 동기부여라고 여기는 한 사람이다.

버즘나무를 보면서 60년이 넘어선 세월 쪽을 들락거리며 요즈음 아이들의 훌쩍 큰 키와 매끈한 피부를 보니
입가가 벙그러 진다.
그 동안 허리띠 졸라매고 맹물을 마시며 허기를 채우시던 우리의 엄마,아빠들..
그 분들의 교육열과 희생이 참으로 고귀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사징기를 안 갖이고 나가 버즘나무를 못 찍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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