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봉은사 에서 감나무
바람 불고 비 내려도
나보다 가족을 더 많이 생각하고 염려하고
가족처럼 벗과 이웃을 아끼며 사랑하며
사계절 푸른 소나무처럼 살아온
당신의 한 해는 산처럼 숲처럼 고요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아니더라도
릴케의 서정은 아니더라도
생각의 우물이 깊고
마음의 꽃잎이 향기로운
당신은 참 맑고 고운 백합을 닮았지요
늘 부족함 속에서도
튼튼한 사랑의 나무를 키우며
슬기의 잎으로 비바람을 뉘고
인내의 거름으로 믿음의 뿌리를 지켜온
당신은 정직한 한 그루 지혜의 나무였지요
빛과 어둠의 경계를 넘어
지도에도 없는 인생이라는 길을
나침판도 없이 걸어야 했을 때
당신이라고 캄캄한 절벽이 없었겠습니까
당신이라고 고독한 눈물이 없었겠습니까
그래도 샛별 같은 꿈을 안고
다시 일어나는 의지의 당신이여!
주어진 삶의 길을 묵묵히 걸으며
하루의 시간 안에 감사함을 잊지 않았던
당신의 한 해는 꽃처럼 별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이채님의글
지난가을 봉은사에서 산수유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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