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늘
가연/정진용
하늘이여
이 미천한 인간이
감히 당신을 용감하게 불러봅니다
천둥 번개 칠 때나
가뭄으로 초목이 메말라 타들거나
홍수가 범람하여 산천이 무너질 때
인간들은 당신께서 노하셨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우주 그 자체입니다
질서와 혼돈도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은 작지도 크지도 않습니다.
내가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그 자체가 바로 당신입니다
미움도 성냄도 욕심도 없습니다.
어리석지도 않습니다.
사랑과 배려 평화와 행복도
당신 안에 있습니다.
지혜와 진리는 영원히 당신과 함께 합니다.
당신으로부터
물처럼 유연하게 살아가는 지혜도 배우고
착하게 살아가야 하는 것과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진리도 배웁니다.
그러나 당신에 대해서는 다 알지 못합니다.
다 알 수도 없습니다.
당신은 우주의 신비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에 대해서 다 알 수 있을 때
내가 바로 하늘이고
우주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있으므로 내가 있고
내가 없으면 당신 또한 없습니다.
내가 있어 남들이 있고
남들이 있어 나 또한 존재합니다.
내가 존귀하면
남들 또한 존귀하다는 것도
더불어 깨닫습니다.
당신과 나는 새로이 태어남도 없고
영원히 없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본유 그 자체입니다
인연 따라 나타났다가
인연 따라 잠시 보이지 않을 따름
당신과 나는
무시무종입니다
빛을 타고 수백억 광년을 달려간다고 해도
그 끝을 알 수 없으니까요
하늘이여
당신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이 순간부터
나는 매사에 온 힘을 다하며
날마다 배우는 자세로 겸손을 잃지 않고
정직한 삶을 살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에는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인력을 다하고 천명을 기다리는
거역할 수 없는 우주의 진리는
소중한 명령이자 사명이요
인과든 업보든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귀한 선물이니까요
하늘이여
오늘도 내일도
나는 당신의 부름을 받고 함께하는
천인 불이의
귀한 존재입니다.
본유 : 본래부터 있는 것
무시무종 :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것
천인 불이 : 하늘과 사람은 둘이 아닌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