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린 이른 아침,오늘은 내가 당번이기에 일찌감치 학교에 갑니다.
검정색 책보를 등에 둘러매고 예닐곱개의 장작개비 묶음을 양손으로 바꿔 들어가며 장갑도 끼지않은 빈 손을 입김으로 호호 불면서 눈길에
발자국을 만들어가며 걸어갑니다.
발이 눈속으로 푹푹 빠지며 걷기에 곧 검정고무신 속으로 차가운 눈이 스며들어 오게되고 금새 양말은 축축히 젖어버립니다.
우리 집은 학교와 10분거리에 있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산 넘어 한 시간 이상을 걸어 학교에 오는 아이들은 발에 새끼줄을 감아매고 하얀 눈속에 파묻힌 길을 찾아가며 와야합니다.
꽁 꽁 언몸으로 빈 교실에 들어서면 맨 먼저 해야 할 일이 난로에 불을 지피는 일입니다.
가져온 장작을 불이 잘 지펴질 수 있도록 난로 속에 집어넣고 지푸라기 불쏘시개에 성냥불을 붙여 장작개비에 불이 옮겨붙도록 해야합니다.
이 때 연기가 많이 나기에 환기를 위해 교실창문을 열게되는데 유리창마다 곱게 서린 서리꽃이 시선을 끕니다.
꽃모양도 있고 별모양도 있고 추위에 얼어있는 어린아이 눈에도 참 아름답고 신기해 보이는 그 서리꽃은 교실에 온기가 돌 낌새가 보이면
금새 사라져버리지요.
난로에 장작불이 활 활 타오를 무렵이면 장작개비 한 다발씩 들고 속속 등교하는 아이들로 난로가는 금새 북적이고 젖은양말(당시에는 나일
론이 나오기 전이어서 발꿈치 부분을 여러겹으로 기운 면양말 임)을 벗어 말리는 등 소란을 떠는가 하면 어떤 아이들은 고구마를 썰어 난로
위에 굽기도 합니다.
대관령 양떼목장 설경출사에서 비닐천막에 서린 서리꽃을 보는 순간 60년 가까이 지난 먼 옛날 초딩시절의 추억이 아련히 떠올라 살며시 미소
가 머금어 집니다.
지금은 폐교가 된 그 초등학교 유리창에 서린 서리꽃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신기한 서리꽃을 아련한 옛추억을 담는 기분으로 카메
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2012년 1월 9일
손등이 터서 쩍쩍갈라져 세수할때마다 얼마나 아팠던지-
세수하고 방에 들어올때 문고리 잡으면 손이 척척 달라붙고
부엌에서 상을 옮길때면 동김치사발은 얼어서 상위에서 춤을 추고
그려 맞아~ 그때 겨울은 정말 추웠지,그리나 마냥 즐거웠어--
그런데 왜 자꾸 눈물이 나려는거지 ~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