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언제 오나' 싶었던 것도 잠깐. 어느새 매서운 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특히 설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주말부터 한파가 예보되면서 고향 길 추위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겨울철 지나치게 낮은 기온과 습도는 인체를 곤란에 빠뜨린다. 겨울철엔 낮은 기온으로 근육이 긴장하고 혈관이 수축한다. 습도가 낮아 인체 곳곳이 건조해진다.
특히 건조한 점막을 좋아하는 독감 바이러스, 메마른 피부를 더욱 괴롭히는 피부 건조증 등은 겨울철 우리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대표 질환이다.
◆독감 바이러스, 낮은 온도에서 활개=감기나 독감 바이러스는 낮은 온도에서 잘 번식하는 경향이 있다. 또 침 등 사람의 분비물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기온이 낮고 사람이 잘 모이는 겨울철 위력을 뽐낸다.
이 때문에 독감은 주로 10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발생한다. 한번 유행하면 전 국민의 10~20% 정도가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할 경우 40%의 국민이 독감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흔히 우리가 독감이라고 부르는 병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호흡기 질환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발견된 순서에 따라 A, B, C 형으로 불린다.
겨울철 공기가 건조해지면 콧속 점막이 민감해진다. 바이러스, 먼지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져 독감에 쉽게 걸린다.
독감에 걸리면 추위, 두통, 고열, 나른함, 근육통, 식욕부진 등의 증상을 보인다. 기침, 담, 인두통, 비색, 콧물 등 호흡기 증상도 함께 나타난다. 대개 2∼3일간 열이 지속된다. 1~2주정도 지나야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별한 치료법 없는 독감, 증상 완화가 최선=독감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화학치료제가 개발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완전한 효과를 단언하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증상에 따른 치료(대증요법)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안정, 보온에 유의하고 해열진통제, 항히스타민제 등을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현인규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독감에 걸렸을 땐 해열진통제를 복용하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이나 음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 몸이 스스로 병을 이겨내도록 돕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독감은 예방이 최선이다. 호흡기를 통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만큼 독감이 유행할 때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외출 후엔 반드시 양치질과 손 씻기를 해야 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독감의 합병증인 폐렴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특히 노약자나 만성질환자는 합병증이 쉽게 생긴다. 따라서 65세 이상 노인, 천식이나 기관지염 등 만성 폐질환이나 심장병환자, 당뇨병이나 신부전증을 앓는 사람, 면역억제치료를 받는 사람은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 바깥나들이를 삼가는 것이 좋다.
◆수분 함량 내려가는 겨울철, 피부건조증 조심=날씨가 건조해지기 시작하면 고민에 빠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건선,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들이다.
우리 피부는 바깥 부분의 각질 덕분에 적절한 수분을 유지할 수 있다. 건조한 겨울 날씨는 우리 피부를 메마르게 한다.
습도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각질층이 영향을 받는다. 피부 각질층의 정상 수분 함량은 15~20%다. 가을, 겨울철엔 수분 함량이 10% 이하로 내려간다. 겨울철 피부 각질층이 일어나 하얗게 들뜨거나 거칠하게 올라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각질은 다리, 팔에 나타나기 시작해 골반, 옆구리, 허리 주위 등 온몸으로 퍼진다.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만약 저녁식사 후 체온이 올라가면서 전신에서 극심한 가려움증을 느낀다면 피부건조증일 가능성이 높다.
대개 40세 이후엔 피부 노화로 표피가 수분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지분비량이 줄고 피부건조증이 생기기도 한다.
만약 특별한 피부 질환이 없는데도 전신에 가려움증이 계속된다면 갑상선 질환, 당뇨병, 림프종, 백혈병, 폐쇄성 담도질환 등을 의심할 수 있다. 병원을 찾아 점검하는 것이 좋다.
◆뜨거운 샤워 피하고 보습제 사용 좋아=겨울철 지나치게 뜨거운 샤워도 피부 건강엔 좋지 않다. 샤워 후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 피부 속 수분이 증발하고 건조증은 더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목욕물 온도는 38~40도로 맞추고 짧은 시간(20분 이내) 샤워하는 것이 좋다.
비누를 너무 많이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피부 속 지방을 과도하게 제거해 더욱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보습제는 목욕 후 물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바로 발라야 수분 증발을 막을 수 있다.
김혜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실내 습도를 65%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불어난 각질을 무리하게 벗기면 피부가 더 상할 수 있는 만큼 때도 적당히 밀어내는 것이 좋다. 로션이나 크림은 평소보다 1.5배 정도 많이 바르고 심하게 건조한 피부엔 바셀린을 바르면 도움이 된다.
피부 건조증을 방치하면 피부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너무 오래 되거나 가려움증이 심하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