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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석/김낙호 2012.02.03 14:02 조회 수 : 3420 추천:3

오랫동안 바라던 덕유능선에서의 일몰사진과 일출사진을 담아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해발1,500m이상에서의 고산추위와 조악한

대피소에서의 잠짜리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1박2일 덕유산 촬영여행에  참가하는 만용을 부렸지요.

덕유능선은 문자 그대로 눈꽃나라요 보이는 것 모두가 아름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아무곳에나 앵글을 드리대고 셧터를 누르면 멋진 사진이 되겠지만 명색이 작품을 만들어보고자 나선 처지라 근사한 일몰사진 한

컷을 머릿속에 그리며 포인트를 찾아 삼각대를 설치했지요.

삼각대 예닐곱대만 설치하면 더 이상 들어설 자리가 없는 포인트이기에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일몰시간까지 그 곳에서 기다려야

만 합니다

마땅한 포인트를 찾지못해 서성이는 사람들의 부러움도 받으며  점 점 발끝이 시려오는 추위를 참아가며 세시간을 기다렸지만

말짱 꽝이 되고 말았습니다.

님을 봐야 뽕을 따지요, 짙은 안개구름 때문에 햇님을 볼 수가 없었답니다.

평소 쌓은 덕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다음 날 새벽에도 어둠속에서 두시간 이상을 추위와 싸우며 기다렸건만 끝내 햇님은 나를 외면

했습니다.

비록 덕유능선에서의 해돋이 해넘이 장면은 담지 못했지만 회백색의 하늘아래 뒤덮힌 안개구름으로 더욱 몽환적인  풍경이 되어버

린 눈꽃세상에서 보낸 시간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 기억될 것같습니다.

 

 

150-2.jpg 

  나이가 많아지면서 언제부터인가 잦은 소변 문제로 애로가 많아졌고 숙박이 따르는 여행을 꺼려하게 된 이유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덕유산 대피소 화장실은 대피소 밖으로 나가서 50여m  떨어진 곳에 있드라구요.

산속에서는 해가 넘어가면 곧 바로 어둠이 오고 한 겨울 추위는 포악을 떨기 시작하지요.

컵라면 한 사발 사서 먹는둥 마는둥하고 7시도 아직 멀었는데 잠자리로 들어갑니다.

내가 배정받은 잠짜리는 6칸짜리 수직사다리를 올라야하는 이층 마루바닥인데 몸을 눕힌 후 좌우로 몸을 뒤척이기라도 하면 옆사람

과 부딪쳐야할 만큼 비좁기 그지없습니다.

대충 두세시간 간격으로 화장실을 드나들어야 하는 처지이니 밤을 보낼 일이 신경을 곤두세우게 합니다.

깜깜한 곳에서 부시럭거리며 수직사다리를 엉금엉금 기어내려가 밖으로 나가면 몰아치는 눈보라와 엄습해오는 추위가 대피소 외등

에 비추이는 나뭇가지에 서린 눈꽃의 아름다움을 즐길 여유도 없게 만듭니다.

외등빛에 비추이는 눈꽃 핀 나무의 모습을 카매라의 장노출을 이용하여 사진으로 담는 극성을 떠는 이도 보입니다.

이렇게 화장실 드나들기를 두 번, 세 번..... 

에이 열팔! 신경을 쓰니 소변이 더 자주 마려운 모양입니다.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습니다.

 

그래도 늙으막에 이 취미라도 갖게 돼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개고생하며 돌아다녀도 한 번 다녀오면 나 아직 세상에 살아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돈 버는 일이 아니어도 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개고생 해가며 살아볼렵니다.

 

                                                                                                        201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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