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민원실
가연/정진용
협소한 탁자 위 진정서 한통
덩그러니 쓴웃음 희비가 교차하고
끝없이 뻗어 가야 할 내 눈길
미루나무 가지 끝에 겨우 닿아
어지럽게 기우뚱거린다
솟은 뿌리에 걸린 가랑이는
서릿바람에 감겼다
동트지 않는 마루에서
맨발로 뛰쳐나온 날부터
해갈되지 않는 목마름은
어떤 이의 비명도 내 피멍으로
민원실 구석에 통곡으로 퍼트린다
정문 돌덩이에 새긴 내 이름 위로
낯선 이름 덮여 가려져도
걷어내지 못하는 민원실 근무
앞서 간 발자국 흑암만 밟고 걸었다
갈수록 넓어져 가는 지금은
얼마큼 볼 수 있어야 밝은 눈인가?
들은 만큼 가슴 아파져도
서툴게 해명하는 피곤한 삶의 하루
까치 소리는 오늘도 우짖는다.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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