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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석/김낙호 2012.04.08 17:43 조회 수 : 2838 추천:2

젊어 남편 잃고 딸자식 둘 서럽게 길러 어렵사리 시집 보내고 나니 몸은 늙고 병들어 굽은 허리 주체하기 힘들어

지고 어이 할거나,내키지 않지만 그래도 살림 넉넉한 첫째 아이에게 찾아 갔더란다.호의호식 시키지는 못했어도

애지중지 길러 출가시켰건만 품안에 자식이라는 말이 그르지 않아 날이 갈수록 큰 딸의 눈치가 보여 보따리 꾸려

어려운 살림살이를 하는 둘쩨에게 가는 길은 어이 이리 멀고 팍팍하든고.

험한 고갯길을 넘던 꼬부랑 할머니가 지쳐 쓰러져 저 세상으로 떠난 후 그 무덤에 필때부터 허리꼬부라진 꽃이

세인의 눈에 띠니 이름하여 할미꽃 이라 하였더란다.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수직절벽(현지 사람들은 뻥대라고 말함)사이를 굽이굽이 휘돌아 흐르는 동강의 뻥대 아슬한

곳에 터를 잡고 자생하는 동강할미꽃은 힘겨운 세상살이에 서리서리 한을 쌓던 옛 이야기와는 달리 허리를 꼿꼿히

펴고 머리를 하늘로 향해 꽃을 피운다.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보호식물인 동강할미꽃은 3월 하순에서 4월 상순에 연보라빛 또는 자주빛 꽃을 피우는데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과 어울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동강할미꽃은 허리가 굽고 백발의 주름진 얼굴모습이 연상되는 구시대의 할머니와는 달리 쭉 펴진 허리에 고운 피

부를 간직하고 있는 신세대 할머니를 상징하는 듯 하기도 하다.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동강댐 건설계획을 백지화 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하기도 했던 동강할미꽃은 개화기에는 이들

을 구경하려고 찾아오는 관광객 및 들꽃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려 몰려드는 꽃쟁이들로 몸살을 앓기도

한다.

꽃씨를 받아 인공재배에 성공한 현지 주민들이 매년 4월 동강할미축제를 열어 동강 뻥대에 이들을 식재함으로써

손되는 이 꽃들을 보충해 나가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매년 봄이면 동강을 찾아 동강할미와 상봉하기를 수 년,굽어흐르는 동강의 모습과 함께 어우러진 동강할미꽃

사진으로 담을 수는 없을까 궁리를 해봤지만 수백길 뻥대의 꼭대기를 어찌 오를 수 있다는 말인가.

동강이 휘감고 흐르는 수 백길 절벽은 백운산 산자락의 일부인지라 백운산을 오르기로 했다.

6년전 산악회를 따라 백운산을 오르다 험한 산길에 혼이 난 후로 다시는 백운산 산행은 하지 않기로 했지만 사진

욕심 때문에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었다.

올 봄 날씨의 변덕은 대단하다

햇빛이 쨍 하다가도 갑자기 강풍을 동반한 눈보라가 휘날리기도 하여 힘든 산행길을 더욱 어렵게한다.

수 백길 아래 동강의 시퍼런 물이 흐르는 까마득한 절벽에 피어 있는 자그마한 꽃을 담는 모습을 마눌님이 본다면

아마 기절초풍하다 못해 까무라치고 말게다.

내가 생각해도 마친 짓이다.

까짓 야생화사진이 뭐라고 목숨걸고 절벽에 매달리는지 모를 일이다.

어쨋든 오랫동안 마음으로만 그리던 사진을 실제로 담게된 그 뿌듯함,이런 맛에 세상살이 살 아봄직한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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