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최영화
간밤 열대야로 뒤척이게 하더니 오늘은 오정도 채 못 되 된소나기 쏟아진다
길갓집 처마 밑으로 뛰어 젖은 머리 턴다
머리에 신문지 받쳐 들고 뛰는 사나이 홀딱 젖은 채 걸어가는 소년 양산을 우산으로 받고 가는 아줌마
줄기찬 낙수 사이 천둥소리 들으며 천태(千態)를 본다
젖은 손 주머니 뒤져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소나기 그쳐 먼 산마루 무지개 뜰 때를 기다려 본다
<그림 ; 수채화 "어느 비오는 날" / 작가, 신정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