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중학생이 되던 해 ...
국민학생에서 중학생이 되던
아직 사춘기 이전의 저에게는
꽤 특별한 혜택이 있었습니다
우선 교복을 맞추고
머리를 박박 깍고
몇가지 매우 어른스러운 선물을 받는 것이었지요 ㅎㅎ
일제 시티즌 21석 시계와
파카 45 만년필
거기다가 작고 하신 아버지께서는 일본을 다녀 오시면서
저에게 매우 결정적인 선물을 하셨습니다
아사이 펜탁스 카메라 ...
그렇습니다 아사이 펜탁스 카메라 ...
지금 생각해도 그 날렵한 몸매, 눈에 선합니다
파인더에 눈을 갖다 댈 때
풍기던 그 가즉 냄새, 카메라 냄새가
코 끝을 스칩니다
여의도에서 정치 광고 할 때
사무실에 갖다 놓았었는 데
그 아사이 펜탁스 카메라가 그만 분실되고 지금은 없습니다
아버지는 저보다 당시 그 카메라를 선물하셨던
당신께 더 큰 뿌듯함을 느끼셨던 지
종종 "카메라 잘 갖고 있제?" 하고
몇년전 까지만 해도 얼추 나이 오십이 되어버린 아들에게
물어 보시곤 하셨지요
요즘 세상 물건이 참 흔해 져서 그렇지
소풍갈 때 카메라 하나 어깨에 하나 둘러매고 가는 거
꽤나 가오다시가 서는 풍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부산에서는요 ㅎㅎ
흑백의 시절
그 시절의 사진은 참 진지 했던 것 같습니다
한장 한장 필름을 감을 때의 그 비장한 느낌
24장짜리 그 필름을 감는 느낌은
마치 제사를 집전하는 사제의 마음처럼
혹은 결전에 임하는 장수의 마음 처럼
경건하지 않았나 기억합니다
나뭇잎 배경에
하나는 와로워 둘이랍니다
혹은 물망초니 우정이니 하는 문구를 새기며
영원을 맹세하던 흑백의 시절 ...
그 와중에 칼라라는 것이 니타나
물감으로 흑백 사진을 칼라로 만들려고
사진에 붓으로 약품을 칠하던 기억도 나는군요
부산 초량에있었던 중학교 교문 앞에
만년필 촉 갈아주던 상인들이
촉 사기도 치면서 그런 물감을 팔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칼라의 시절
후지와 코닥칼라
필름 한장 한장은 더욱 값지고 아깝던 시절이었지요
방송은 조금 늦게
문오장 차화연의 'TV 문학관
삼포가는 길'이 첫 칼라 방송 이었죠? 아마?
김영동의 국악이 BGM으로 깔리면서 말이지요 ^^
편리함과 선명함 그리고 신속함을 우리는 가질 수 있으나
그 반대로 마치 긁어 버린 카드의 영수증처럼
지불해야만 하는 댓가가 있습니다
피사체에 집중하며 대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촬영한다는 행위도
결국에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의 연장이라 고 생각합니다
그저 놀고 즐기자는 것이라면
이 좋은 세상에 얼마든지
유익한 취미가 많고도 많을 것인데 ...
박하님의 청에 이끌려 처음 따라나선 길에
감동이 있었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는 카피가
허구가 아님을 호세님 석천님
그리고 특히
나탈리 우드(?) 닮으신 우리 은하수 누님이 일깨워 주셨거든요 ㅎㅎ
사진은 신성합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가교입니다
고미웠습니다 여러분
그리고 한탄강!
사랑합니다!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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