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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 2012.10.30 00:25 조회 수 : 3335 추천:4

 

저는  영화를 참 좋아 합니다

 

어릴 적 부터 그랬습니다

 

 

지금은 작고 하신 로맨티스트 영화  평론가 정 영일씨가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고 나와

 

구수한 해설을 들려 주셨던 명화 극장 ...

 

 

매주 토요일 밤이면 엑소도스의 웅장한 배경 음악과 함께

 

어김없이 시작되었던 추억의 명화 극장 ...

 

 

"어린이는 잠자리에 들 시간 입니다!" 하는 방송 멘트를 지나

 

아마도 아홉시에 시작되었던  프로그램이 아니었나 합니다

 

 

영화광이셨던 아버지 덕에  

 

 

저희 가족은(그래 봐야 달랑 세명 뿐이었지만)

 

그렇게 매주 영화를 보았습니다  

 

 

본격적인  사춘기가 시작 되어 

 

이유 없는 반항과 함께 꽉 끼는 보세 청바지를 사 입고,

 

 

턱에 난 수염을 거울 보아 가며

 

 

십원 짜리 동전 두개로 한올 한올

 

뽑기 시작하던 무렵까지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때 그 테레비 (혹은 데레비라고도 불렀습니다)

 

 

미닫이 장식장 속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었던

 

19인치 흑백 진공관 에머슨 테레비가  

 

 

그 때는 왜 그리 커보였던지

 

 

지금 보고 있는 24인치 모니터도 작아 보이는데

 

브라운관이 배가 불룩해서 그랬나?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ㅎㅎ

 

 

아뭏든 영화 이야기를 하자니

 

지금 제 마음 속에는

 

 

 마치 극장에서 차르르르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영사기의 필름 처럼 ,

 

 

그 때 명화 극장을 통해 보았던 영화들,

 

그 영상들이 되살아 나는군요

 

 

잉글리드 버그만의 가스등,

 

쥰 엘리슨 그리고  엘리자베스 테일러 의 작은 아씨들,

 

 

율 부린너., 토니 커티스,  크리스티나 카프만 주연의 대장 부리바,

 

그레고리 펙, 오드리 헵번 주연의 로마의 휴일,

 

 

그리고 헤밍웨이 원작의 영화들,

 

 

그레고리 펙 주연의 킬리만자로

 

록 허드슨,  제니퍼 존스 주연의 무기여 잘 있거라 등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가사말 을 약간 표절하자면

 

(요 대목은 특히 은하수님이  좋아해 주실걸로 기대해 봅니다 ^^)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감동(원래는 슬픔)에 겨워"

 

 

그렇게  저는 엄마 아빠랑 셋이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겨울 밤에는 삶은 감자나 연탄 불에 구운 고구마를

 

김치랑 동치미 국물에 함께 먹으며

 

도란 도란 얘기를 나누면서 그렇게 살았었군요 ...

 

 

올 가을은 어머니를 떠나 보내고 나서 그런 지

 

웬지 모드가 추억 모드입니다

 

 

이 점 널리 양해 해 주시기 바랍니다  ^^;;

 

 

그리고 조금 세월이 지나 본격적인 칼라 시네마스코프,

 

70미리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지요?

 

 

벤허, 십계, 쿼바디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닥터 지바고,

 

70미리 대형 화면으로 보았던 감동을

 

오오 어찌 꿈엔들 잊을 수 있으리오 ...

 

 

하지만  다품종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충무로 대한극장이 바람의 라이언을 70미리 고별작으로 상영하면서 

 

그렇게 아날로그 영화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몇년 전인지 정확히 기억 나지는 않습니다만

 

추운 겨울 날,  그 마지막 상영을 보러

 

가족들을 데리고 대한극장을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랬습니다

 

 

아날로그의 시절에는  FM 음악방송에서도  영화 음악 프로가

 

따로 있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것 같습니다

 

 

쉘부르의 우산, 태양은 가득히,  김 세원의 영화 음악실이었나요?

 

그 달콤한 목소리에 음악 들으면서 공부도 하고 ㅎㅎ

 

 

별이 빛나는 밤에, , 밤의  플랫폼, 김 광한의 팝스 다이얼, 서 금옥의 밤의 데이트,

 

이 종환  밤의 디스크 쇼 등등 티비 보다는 어쩌면  라디오가 대세였던 시절이었지요 

 

 

즐길 거리가 딱히 없었던 그 때 그 시절에는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독서, 음악, 영화  감상 외에 

 

뭐 별 다른게 있기도 힘들었고요(사진은 빼고요 ^^)

 

 

온고이지신!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

 

 

어찌 이리 옳은 말씀인지요?

 

 

오늘날 디지털의 시대는 우리에게 

 

단돈 몇백원에  고전 명작들을 다운 받아 감상하게 해 줍니다

 

참으로 저렴하고 편리하게요

 

 

하지만 고전 명화의 맛을 제대로 느껴 보고 싶으시다면

 

낙원동 옛  헐리우드 극장에 가 보세요

 

 

지금은 서울 시에서 운영하는

 

실버극장 간판을 달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아날로그 영화를 상영하고 있답니다

 

 

원래는 55세 이후부터 실버 우대를 받습니다만

 

쯩 보자 하지 않습니다

 

 

아직 젊은 저도 올 해 그 영화 관에서 

 

 

애수, 에덴의 동쪽, 카사블랑카, 이유 없는 반항, 대부 등

 

몇 편을 보았습니다   

 

 

단돈 2,000원에 모십니다요 ^^ 

 

 

차르르르 영사기 필름 돌아가는 소리 들으려고

 

저는 일부러 뒷 자리에 앉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면

 

오래되어 정겨운 골목길에서 먹는

 

순대국에 막걸리 한잔....

 

 

그리고 삶이 주는 여유와 향기,

 

부디 한번 느껴 보시기를

 

 

친구랑 함께해도 좋고

 

혼자이어도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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