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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한 2014.05.09 13:47 조회 수 : 1506

이른아침 혼자 계신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니는 다섯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지요.

어머니는 오늘도 호비새가 운다며 전화기로 새소리가 들리는지 물어봅니다.

글쎄요, 저는 호비새란 이름도 지저귀는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호비새는 홀어미 집에만 찾아와 우는 새랍니다.

아버지가 가고난 뒤 매일아침 감나무에 찾아와 운다합니다.

왜 홀어미 집에만 찾아와 우냐고 여쭈었지요.

밭을 갈아줄 장정이 없어서 그렇답니다.

그럴리가요.

하지만 어머니는 아버지가 살아계실때는 한번도 운적이 없었다고 정색을 하네요.

그 때는 새 소리에 신경을 쓸 여지가 없어서 울어도 들리지 않았던 게지요.

얼른말을 바꿔서 어머니가 걱정이되어서 아버지가 오시는 가보다고 해드렸답니다.

금세 당신도 그리 생각한다고 하시네요.

어머니가 그렇다면 그런게지요.

이미 자연에 동화되어버린 아버지의 소리를 벗삼아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일이니 까요.


시골에 살면서 새소리를 듣지 못하고 지내는 이는 없겠지요.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새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아마 어머니께서는 새봄에 우는 쑥국새소리도 보리누름에 우는 뻐꾸기소리도 예사롭지 않을 터이지요.

지나가는 바람이 흔드는 창문소리에도 문을 열어 기웃거리시는 걸요.

마치 마실 다녀 오는 아버지를 마중하듯이........



고지각시라는 매미소리는 들어보셨는지요.

그매미는 밤에 우는데 "고지각시 고지각시" 라고 운다지요.

홀아비 처지가 외롭다고 각시 부르는 소리라 하네요.

부부의 연이 얼마나 질긴 것이기에 이승과 저승으로 나뉘어도 끊지 못하는 것인지.

어쩌면 이승과 저승은 한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요.

서로 표현 방법이 다르고 존재방식 달라서 알아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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