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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 2013.06.12 18:11 조회 수 : 402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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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dak DCS Pro SLR/n|f/5.6|1/60s|Manual|ISO160|2013:05:26 15:23:04|Spot|350/10mm|

지난 3주간 미스킴 라일락의 원형을 찾아서 북한산을 몇 차례 올랐습니다. 이 나무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미스킴 라일락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양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가 종자 전쟁의 희생물이란 시각입니다. 토종 자원이 우리도 모르게 유출되어 엉뚱한 이름으로 상품화된 대표적 사례가 바로 미스킴 라일락이고, 이를 교훈삼아 우리 자생 식물의 주권을 회복하자는 주장이지요. 인터넷 상의 글들은 대개 이런 애국적인 논조가 복제 양산되면서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각은 최근 국가 대표 브랜드가 갖는 홍보 효과라는 측면으로 기왕에 한국 이미지를 담은 이름으로 세계 라일락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미스킴 라일락을 적극 활용하자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제가 혼란스럽고 궁금했던 것은 미스킴 라일락의 원형이 털개회나무, 정향나무 등으로 기록마다 다르게 표기되어 있거나 뒤섞여 있다는 점입니다. 거기다가 마치 현재는 그 원형이 멸종되었거나 위기 상태에 있다는 식의 기록이 많아 과연 그런지도 직접 확인해 보고도 싶었습니다.

처음부터 미국인 미더가 종자를 채취했다는 백운대부터 가지 않았던 이유는 사모바위 일대에 있다는 인터넷 글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개화 시기를 맞추지 못해 2주 간격으로 사모바위 일대를 찾아가서 얻은 결론은 털개회나무로 알려진 것은 정향나무였고 멸종 위기 상태는 아니란 점이었습니다. 개체가 적어진 이유도 남채 돼서가 아니라 진달래, 철쭉과의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주로 산 정상 부분에서만 몇 개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개화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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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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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백운대 일대에도 분명 남아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 다음날 오후에 찾아갔습니다. 백운 산장 일대에서부터 진한 향기 덕분에 여러 개체를 쉽게 만날 수 있었고, 등산로 바로 옆에서도 풍성하게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대개 3미터 내외의 높이로 자라고 있었으나, 백운대 철제 난간 바로 옆 바위틈에는 1미터 미만으로 나지막하게 옆으로 퍼져 나간 개체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개체가 미스킴 라일락의 원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백운대를 오르려면 누구나 만나야 되는 자리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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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dak DCS Pro SLR/n|f/4.0|1/125s|Manual|ISO160|2013:06:09 18:28:11|Spot|350/10mm|

그럼, 북한산에 자라고 있는 이 나무의 이름은 뭐라고 불러야 맞는 걸까요? 털개회나무의 변종이 정향나무이며, 흰정향나무는 정향나무의 한 품종입니다. 그러니 털개회나무의 변종 품종도 통합해서 부르면 털개회나무가, 분리하면 정향나무로 불러야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왜 이제까지 털개회나무와 정향나무는 같다고 했는지 알것 같네요. 그래도 털개회나무도 틀리지 않지만, 미스킴 라일락의 원형은 그 변종인 정향나무로 불러야 더 정확한 명칭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미스킴 라일락를 왜성정향나무라고 하는게 아닐까요?

제 나름대로 정리한 내용이라 얼마든지 틀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왜곡된 이야기들이 신화가 되어 진실처럼 전파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아 자생지를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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